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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악취

[중앙선데이(조판)] 입력 2012-06-17 오전 2:07:59 / 수정 2012-06-18 오후 5:06:39 글자 작게글자 크게
일러스트=강일구
“아무래도 미심쩍어요. 그 여성과 결혼해도 될까요?”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30대 초반의 남성 L씨. 그는 요즘 한창 연애 중이다. 과거에 몇 차례 연애 경험이 있고, 성 상식도 꽤 있는 편이다. 여성에 대한 눈높이도 상당하다. 그가 지금 교제 중인 여성은 외모에서부터 성격까지 여러모로 L씨의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그런데 애인과 성관계를 갖기 시작하면서 L씨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다 괜찮은데, 그곳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데, 아무래도 문란했던 건 아닐지….”

애인과 오럴섹스를 하는데 여성의 성기에서 악취가 심해 흥분이 싹 달아나더란 얘기다.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의 악취는 크게 몇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L씨가 걱정하듯 굳이 부정적인 내용을 먼저 말하자면 질염, 특히 성병으로 분류되는 문제가 있을 때 악취가 날 수 있다. 이런 악취는 여성이 문란하거나, 문란한 남성을 통해 성병 감염 등 질염이 생겼을 때 난다. 특히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마치 생선 썩는 냄새와 유사한 악취가 난다. 질 분비물에 거품이 섞여 있다. 이 외에 질염이나 성병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악취가 생기는데, 정작 당사자인 여성은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여성이 호르몬의 불균형이나 해부학적 구조 이상, 자궁 내 질환, 생리혈 등으로 질 내부 상태가 바뀌거나 염증 상태가 되면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날 수 있다.

반면에 여성의 청결문제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형태가 소변에 따른 지린내다. 여성의 요도 입구는 소음순 안쪽에 숨어 있다. 그러다 보니 배뇨 시 소변이 소음순을 타고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그 관리가 부실하면 냄새가 난다.

소변이 찌든 냄새가 나는 것이다. 이때는 L씨가 걱정하듯 여성의 문란함과는 거리가 멀다. 가벼운 청결 문제로 여기면 된다. 오히려 성에 대해 다소 무지하거나 성경험이 없거나 적은 여성, 자신의 성기를 체크하는 게 아직은 어색하고 서툰 젊은 여성에게서 많다. 즉 어떤 부분이 남성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는 케이스다. 오히려 성경험이 많은 여성은 남성이 불쾌해하는 냄새에 대해 알고 에티켓으로 이를 관리하는 노련함을 가질 수도 있다. L씨의 설득으로 검진을 받게 된 애인은 다행히 정상적인 형태로, 가벼운 교육 정도로 끝냈고 L씨의 오해도 풀렸다.

그렇다면 건강한 여성은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을까. 답은 ‘NO’이다. 앞서 언급한 소변으로 인한 냄새도 정상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의 질 내부와 그 분비물은 각종 세균들로부터 방어력을 갖기 위해 산성을 띤다. 해서 굳이 언급하자면 약간의 시큼한 냄새 정도가 난다. 이게 정상이다. 이는 남성의 정액이 알칼리성이어서 약간의 비린내가 나는 것이 정상인 것과 마찬가지다.

여성의 냄새와 관련해 남녀 모두 기억해야 할 점은 바로 이런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나치게 냄새가 심하거나 출혈이나 염증, 따갑거나 쓰라린 통증, 가려움, 질 분비물의 양이 갑자기 늘거나 줄 경우 이는 이상 신호로 보면 된다.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간혹 냄새나 염증을 두려워한 여성들이 질 내부까지 세척(뒷물)하는 경우가 있는데, 질 내부 세척은 금기사항이다. 오히려 질 내부의 정상 상태를 망쳐 방어력도 떨어뜨리고 자궁 내 감염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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